국내 여행기

강원도 1박2일 차박여행기1차 육백마지기,두타산마천루

오드리오드리 2021. 8. 19. 21:09

 

 

 

 

21년 8월 11일~12일 차박 2일 여행기

평창군 청옥산 육백마지기1256m 고지

동해시 무릉계곡,베틀바위,마천루

 

우리나라에서 산이 70%

그중에서 백두대간 낀 강원도의 첩첩산중에서

평창의 청옥산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면

산 중턱도 아닌 1256m 고지의 능선에 위치한 너른 평지

풍차도 있는 육백마지기가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차박 성지로 알려진 곳에

여행을 떠나본다

 

 

산 정상에 화장실은 있어도

취사나 야영이 안되기 때문에

밥을 해 먹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이것저것 챙겼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꼭 밥을 안 먹어도 되기에

도시락, 옥수수 찐 거, 빵, 과일, 식수

간단히 양치할 수 있는 물 등등

최소한 대중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는 횟수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곳은 산 정상 진입초에만 포장길이고

강원도 미시령이나 한계령 고개를 넘듯

비포장길을 따라 산정상 부근까지 간다

험한 길은 아니어서 승용차로도 갈 수 있다

 

 

 

대관령 같은 초지대를 이루고

평야지대의 크기가

밭 6백 마지기 정도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하나는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평원

규모는 축구장 6개를 합친 크기라니

시야가 터진 전망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20 여기의 풍력발전기가

바람 방향에 따라 서서히 움직이고

진입하면서 오른쪽 노지에는 고랭지 채소가 자라며

비닐하우스 안에는 활짝 핀 수국이 눈길을 끈다

 

 

 

차박 할 수 있는 적당한 곳에 주차자리를 차지하고

천상의 화원을 길 따라 돌아본다

6월이면 데이지 꽃이 만발이고

지금은 달맞이꽃 망초꽃이 주를 이룬다

차 박하면 주로 젊은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나이 드신 분들도 많았다

 

 

 

집에서 점심 들고 출발하다 보니 3시간여 걸렸다

일몰은 어떨까 기대감이 컸지만

서쪽에 먹구름이 만들어지는 중

그래도 좋다

 

 

 

산 정상에 차박

연인, 부부, 친구, 가족들이

적당한 바람을 벗 삼아 산책하는 여유가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다

 

 

 

조금 전 먹구름 사이로 반쯤 가려진 햇님이 서산에 기울자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두두둑

높은 고지에서 10여 분동안 쏟아진 소나기는

나를 차 안에 가두고

차창을 마구 때려 먼지를 쓸어내 주고

순간 대지를 적셔주었다

빗소리가 알프스 요들송으로 들린다

 

 

 

사위가 금방 어두워지며

차창밖의 높은 하늘은 별이 빛나기 시작한다

오늘이 음력 초나흘

겨우 윤곽을 갖춘 초승달과 개밥바라기별이

밀회를 나누며 서쪽으로 향한다

집을 나서면 세상은 아름답다

 

 

 

딸내미 걸스카우트 활동할 때 쓰던

침낭을 버리지 않고

이번에 온도가 떨어진 야밤에 요긴하게 썼다

춥지도 덮지도 않게

아주 잘 자고 일어나 보니 5시 30분

꿀잠이었다

확실히 야전생활에 적응도 잘하는 나 쓰담쓰담 ㅎ

 

 

 

바람이 없다 보니 산 계곡을 따라 운무가 살금살금 점령한다

들고 나고 하던 차박 숫자가 대략 100여 대

차박 옆을 지날 때는 정말 조심조심 서행하며

무언 속에 질서가 있었고

고요한 차박 성지임이 틀림없었다

1200 고지에서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무척 상쾌했다

 

 

 

어제 돌았던 산책길을 아침에 다시 돌고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하여

차박 성지에서 차로 내려오는 데에도 30분이 걸렸다

내려오는 길에 자작 나무 숲

 

 

 

이어

국도로 드라이브 겸 2시간을 달려 동해시에 있는

무릉계곡으로 향하였다

20년에 오픈된 베틀바위 산성길과

21년 6월 10일에 빗장을 연

마천루 협곡을 가기 위함이다

 

 

 

주차비 2.000원

1인당 입장료 2.000원

코로나19로 인하여 일일이 체크하고 들어갔다

매표소에서 50m를 들어가면 신선교가 나오고

건너면 바로 베틀바위 산성길 안내도가 나온다

10여분 오르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숯가마터

 

 

 

거목 적송도 지나치며

1시간 정도 올라가면 회양목 군락지가 나온다

웬 산중에 회양목?

척박한 석회암지대에서 자라나

100년을 지켜왔다는 회양목 향이

이곳을 찾는 산길 나그네에

기운을 돋우고 관절의 통증을 없앤다는 안내문이 있다

 

 

 

험한 길은 밧줄을 잡으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바위 빌딩 같은 베틀바위 도착이다

이미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준비해 간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가야 맞는데

입구에서 깜박하고

어제 입었던 청바지 남방 차림으로 산행한 것이다

에~효 정신머리란~

베틀바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씨실과 날실이 엇갈려 짜인 듯

기묘하고 삐죽하게 솟아있어 베틀처럼 생겨서이고

다른 하나는 선녀가 하늘나라 질서를 어겨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가

비단 세필을 짜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설이다

중국 장가계라고 일컬어지지만

이곳이 장가계 비할쏘냐

 

 

 

베틀바위 지나 200m를 더 오르면

동해 쪽을 바라보고 있는 미륵바위

주변에 온통 회양목 군락지이다

 

 

이곳에서부터는

평지와 다름없는 순한 오솔길

돌고 돌아 나온 산성 12 폭포

잠시 손을 씻으며 간식으로 숨을 고른다

 

 

12 폭포 상단을 건너 협곡을 돌아 나오면

낭떠러지는 큰 바위에서

산성 12 폭포를 조망할 수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거부하고

소수 산꾼이나 전문 등산가에게만 허락되었던

별유천지 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인 험한 이곳을

43년 만에 쓰러진 큰 나무는 자연으로 놔두고

잔잔한 나무들은 치우며

작은 돌무더기로 너덜길을 만들었다

 

 

회양목과 서어나무 군락지를 건드리지 않고

조심스레 길을 개척한 코스

길이 없는 큰 바위 옆에는 나무 난간을 설치하여

아마추어 사람들도

산행을 하게 만든 그야말로 만고강산이다

 

 

 

마천루에서 바라보는 병풍바위와 신선봉

청옥산과 두타산 사이 협곡의 장관이

경이롭게 펼쳐진다

 

 

마천루 바위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여서 오금이 저린다

 

 

자꾸 중국의 장가계를 연상하게 되는데

웅장한 바위 자락 옆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나무계단 난간을 붙잡고

내리락 오르락

 

 

바위 사이 지나기를 여러 번

아슬아슬 벼랑길 따라 걷다 보니

고릴라바위 도착이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마천루

맞은편 병풍바위와 마천루는 용호상박이다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이상향의 세계가

무릉도원이라 하는 것처럼

기묘한 바위에 휘돌아치며 생긴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를 흐르는

4km 길이의 계곡이다

장군바위를 보고 계곡 따라 내려가면 학소대가 나온다

 

 

 

거대한 바위 한편에 흐르는 물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를 지나면서

야자수매트 길로 접어들었다

비단길이다

 

 

 

요즘 코로나19 시대에 여행도 마땅치 않을 때

일상 탈출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10시 30분에 시작한 마천루 산행은

우거진 숲 속 길이고 구름 많은 흐린 날씨였다

원래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체질

1시간 정도 올라가다가 옷핀으로

불편한 청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올렸다

이미 등짝은 흠뻑 젖도록 땀을 흘렸으나

영험한 기를 흡수하고 노폐물이 빠진 것 같아

그 또한 기분 좋은 5시간 트레킹이었다

 

차박을 하려면 차량을 편하게 개조하지만

우리는 앞 의자를 뒤로 완전히 뉘어서 사용하였다

차박을 하고 싶었어도 용기가 나지 않다가

불편한 고생을 싫어하는 옆지기를 살살 꼬셨다ㅎ

드디어 외쳤다

했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