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기

설악산 2박3일 산행기, 공룡능선

오드리오드리 2021. 7. 13. 11:41

 

 

21년 6월 27일~29일 2박 3일 공룡능선 산행기

 

고향 친구만큼 오래된 타향친구

다달이 모임을 하다보니

벌써 30여 년이 된다

설악산은 오색,한계령,천불동계곡,백담사에서

대청봉을 17번 갔었지만

공룡능선을 도전했다가

비가와서 포기하고 한 번도 못가 본 곳이었다

전에 다녔던 산악대장님 비롯하여 가이드 격인

남자 두 명 우리 친구 셋 5명이 오후에 출발하여

지인의 숙소인 속초로 향하였다

전날 밤에 찰밥을 김에 말아 간단히 준비하고

초콜릿, 떡, 곶감, 치즈, 고구마 찐 거, 물 두병 필요한 두 끼 간식을 챙겼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대충 준비하고 설악동으로 출발

4시 넘어 어스름한 주차장 도착이다

벌써 주차장엔 여러 대가 주차된 걸 보면

무박으로 가는 대단한 산악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새벽에 주차비 받으려고 주차요원이 있다는 건 용역이지 싶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밤새 근무 안 하는 걸로 안다

4시 20분 주차장을 출발하여 매표소를 통과하며

공룡능선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천불동 계곡으로 가서 비선대까지 가다가

금강굴 가는 코스로 바로 올라간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어지러워도 푸른 숲 속엔

딴 세상인 것처럼 일상으로 이어진다

마등령 삼거리, 나한봉, 큰 새봉, 1275봉,

신선대, 무너미고개, 희운각 200m 갈림길, 양폭대피소, 비선대,

천불동 계곡으로 회귀하는 정통 코스

 

 

 

한번 들어가 여차하여 다른 길로 빠져 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길이고

작은 고개까지 열 번 정도 오르내리막 길

능력이 안되면 꿈도 꾸지 마라는 공룡능선!

초보자는 시간을 넉넉히 잡으려면

夏至 전후에 낮의 길이가 길 때

잡는 것이 좋다고 하여 급하게 잡혔다

천불동 계곡 트레킹 하는 동안에

어둠은 사라지고 이미 풍경은 속세를 벗어났다

언뜻 보기엔 길이 없을 거 같은 금강굴 가는 오르막

마등령 삼거리까지 마의 고개라는 걸 알고 서서히 호흡 조절하며 오른다

 

 

한참을 올라가니 다른 팀이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손주 보실 나이에 어려운 코스를 탄다고...

우리는 손주 보는 것보다 이게 더 쉽다고 깔깔 웃으며 잠시 숨 고른다

 

난이도 면에서 공룡능선은 어려운 코스

경사길이 이어지며 500mm 물 두병을 준비했지만

벌써 한 병을 마신상태이기에 졸졸 흐르는계곡물 한병을 보충했다

알프스 에비앙 물만 있는 게 아니다

심해수 물맛 같은 설악의 물도 뒤지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5시간 가까이 산행하다 보니 1327m인 마등령 고개

말의 안장 같다는 삼거리 鞍部 도착이다

준비해온 찰 김밥을 아침식사로 이름 짓는다

말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마등령

이곳부터 험준한 공룡능선은 시작된다

 

대개 산을 가파르게 정상을 오르면 힘을 다 썼다고 생각하고

힘 안 들이고 조심만 해야 되는 하산 길이지만

이곳은 예외다

이제부터 시작으로 체력 안배는 물론

칼로리도 수시로 보충해야 했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오세암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고

우리는 원점 회귀하는 루트여서 희운각 가는 이정표로 향하였다

공룡능선의 초입

거대한 봉우리들이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괴암 괴석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아래는 날씨가 좋아도 마등령 정상에는

영동 영서의 분기점으로

구름이 자주 끼는 기상변화도 많은 곳

길이 가파르고 평지가 거의 없어서 힘든 코스였다

시간이 갈수록

높이 오를수록

펼쳐진 외설악을 볼 수 있다는데

순식간에 안개에 휩싸여 감상할 수가 없었다

 

내설악 외설악은 물론 용아장성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천불동 계곡부터 동해바다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10m 앞도 구분 못할 정도

금강문 암릉 사이로 통과하면 운무 속으로 들어간다

물을 받을 수 있는 물터도 나온다

 

 

덤불 조팝나무 꽃, 노루오줌 풀, 함박꽃, 산 꿩의다리,

자연의 섭리는 어김없이 피고 지고

고산지대라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야생화 천국도 있다

 

수백 년이 지나도록 온갖 풍파를 겪으며

견딜 수밖에 없는 고산지대 나무들

그 옆으로 무수한 산악인들이 다녔던 길은

조경사가 가꾼 만큼 돌로 잘 닦아 놓았다

 

 

무너져 내린 돌들이

너덜지대를 이룬 계곡이 있는가 하면

그 너덜지대가 길이 되어

한발 한발 옮기는 고행의 길

발바닥이 불이 난다

 

우리나라 22개 국립공원이 있다

"아름다운 경관 100선 중 1위가 공룡능선길"

가야겠다는 꿈만 꾸다가 나이 60대 후반에 기회가 온 것이다

남북 5.1km 처음 마등령~끝 신선대

고도가 1200m가 넘는다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큰 폭의 오르막 내리막이

수십 번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데크계단 몇 번 있고 수많은 돌계단으로

오르고 내리고 평지도 돌!돌!돌! 돌길이 95%

돌에 지친다

 

 

킹콩 바위

용트림하듯 기묘한 화강암 봉우리가 안개에 싸인다

봉우리 허리에 감듯 띠를 두르면

운무가 요정처럼 보이지만

보여줄 듯하다가 금세 덮어버리면

심술쟁이 안개로 보인다

좋은 풍광은 덮었지만

안개 덕에 덥지 않는 산행이라 그 또한 좋은 것이다

 

 

공룡능선을 걸어보지 않고

설악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도전했지만

 

시야가 가려서 전혀 볼 수가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1275봉에서 신선봉까지 가는 길은

모두 켜켜이 쌓인 암석들

다른 산과의 비교도 안될 만큼 생김새며

질적으로 양적으로 역시 공룡이며 전시된 예술품 같았다

 

오래된 나무는 가는 길 위에 예의 있게 쓰러져

천국의 문이 되는가 하면

넘어진 나무 옆으로 올라와 내려다 본 고사목

안개 풍년에 이쪽저쪽 돌아보아도

가까이 있는 것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나름운치 있기도 하다

 

갈라져 버티고 있는 암석

발길이 다가 가야 볼 수 있는 암석들만 보더라도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를 정도의 비경들이다

마지막 능선 7번째 신선대에서 무너미고개까지

그나마 흙 길이 조금 있고 아름다운 길이라 하지만

돌로 이루어진 길은 여차하면 걸려 엎어지니

아래만 보고 한 발 한 발 디디다 보니 감상할 여력조차 없었다

 

능선의 마지막 코스 신선대 도착이다

쉬고 있는 동안 안개 바다였다가

잠시 벗어지는 틈에

무너져 내린 너덜지대 계곡 위에 희운각이 살짝 보인다

대청봉 다녀올 때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오면 보이는 신비스러운 암봉들이

신선봉이라 알았고 사진도 담았었다

 

운무에 싸여 보이지 않았던 신선봉이 잠깐 사이 보인다

지금의 신선봉은 신선이 사는 요새로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며 등산로는 옆으로 되어있다는

산대장님의 중간중간 설명이시다

힘든코스는 다 지나 왔고

전망 좋은 이곳에서 시원한 정자에 있는 것처럼

편히 앉아 넉넉히 가져왔던 칼로리를

아낌없이 서로 나누어주며 마지막 보충했다

비 안 오는 것만 해도 천복이라 생각되었다

여차하면 곤드박 질 치는 경사진 바위구간

박혀있는 쇠 난간을 매달리며

발이 땅에 안 닿아 휘이휘이 젓다가

겨우 걸려 디딛는 코스가 특전사 훈련 저리 가라다

 

 

이제는 신선대에서 무너미고개로

하산하는 코스가 길어

차라리 오르막 내리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몸이 말해준다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니

드디어 안개가 걷혔다

가을에는 계곡 전체가 단풍에 꽃천지를 이루어

그 자체가 산수화였다

여름 천불동 계곡은 주변에 녹색이 돋아난 천당 폭포가 으뜸이다

 

멋진 풍경을 담으려고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갔지만

안개 때문에 담아야 할 풍경이 보이지 않아

배낭 속에 고이 모셔 메고 다니니

어깨 쇄골뼈가 빨갛게 물들었다

어찌 뜻대로 되겠는가 인생 복불복이지

힘들지만 신선대에서 인증삿 할 때만큼은 웃자 ㅎ

 

안개 때문에 황홀한 공룡능선의 절경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크게 남았지만

꿈속을 헤매는 그 시간만큼은

시간제한만 아니더라도 더 머물고 싶은 곳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완주했다는 성취감에 100% 만족이다

천불동 8km 터덜터덜 걸으며 나눈 대화 중

지금 1억을 준다면 다시 올라갈 사람?

돈 싫어하는 사람 없겠지만

내가 제일 먼저 손들었다 못 간다고!!

누가 주지도 않지만 가상이라도

어느 정도 몸이 따라줘야 간다고 하지 ㅎ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18시20분 새벽4시20분부터 했으니

22km 를 14시간 걸린것이다

나이 듦인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힘든 산행이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어느 정도 피로가 풀리니

돈 안 줘도 다시 가고 싶어진다

운무에 쌓인 꿈 속보다

켜켜이 쌓인 능선과 주름진 계곡들이 보고 싶다

미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