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오세암 23년 11월 1일~2일 1박 2일 산행기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산행을 위주로 다니는 모임
21년에 공룡능선을 탄 멤버들
이번엔 단풍철이 지난 11월 초에 백담사 오세암을
다녀오기로 하고
전날 지인의 속초 숙소로 향했다
간단히 저녁을 해 먹고 청초호를 한 바퀴 돌며
아바이 마을로 걸었다
갯배(줄로 배를 움직이는 배)를
편복 500원에 3분 정도 타는 체험도 갈 때마다 해 보았다
이른 아침에 계란도 삶고 전날 소화 잘되는 술빵도
속초 중앙시장에 구입한걸 중식으로 챙겼다
사과 귤 각자의 몫을 넣고 8시에 출발하여
9시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백담사 7km를 걸어가면
2시간 셔틀버스 (2500원) 타면 20여분
9시 30분부터 나이에 맞게 서서히 걷기 시작이다
수렴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돌탑들
정성으로 쌓아 올린 누군가의 소원들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볼 때마다 똑같은 탑으로 보이지만
비가 많이 내리거나 장마철에 휩쓸려 허물어지더라도
금세 채워진다는 작은 탑들의 행진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청봉에서 백담사 까지 물웅덩이 갯 수가
100개가 된다 하여 지어진 이름 백담사
깨끗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솔길
소복이 쌓인 낙엽들
가끔은 낙엽 속 돌부리에 넘어질까 조심스럽기도 하였지만
바스락바스락 밟는 소리가 발걸음을 웃게 만들었다
시월 중순경에 찬란했던 단풍은
이미 거의 사라지고 어쩌다 늦둥이들이 위안을 주었다
아마 그때쯤은 인파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1시간 30분 정도 갔을까 어느덧 영시암 도착이다
이곳에서 간식도 먹고 먼저 간사람 늦게 도착한 사람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영시암 (永矢)
한자의 뜻을 풀어보면 영원히 쏜 화살이라는 뜻이다
숙종 15년 장희빈 사건 때 남인이 서인을 몰아내고
정권을 다시 차지하는 등
정국이 매우 혼란스런 시기에
영원히 세상과 단절하고자 함을 맹세하는 뜻으로
조선중기 학자 김창흡이 창건한 암자이다
산행하기 좋은 날씨와 온도
영롱한 가을냄새를 마시며
오길 잘했다 연신 호호락락 하며
나무에 붙어 있는 단풍보다 떨어진 단풍에
거침없이 휩쓸려 보았다
영시암에서 조금 올라가면
직진은 봉정암, 왼쪽으로 올라가면 오세암이다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사의 부속 암자로서
관음암이라고 하였다가
다섯 살 난 아이의 성불을 기리기 위해
암자를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오세암은 만해 한용운시인"님의 침묵"이
집필된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오솔길마다 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세암 설화에 따르면
스님이 다섯 살짜리 동자를 데려다 절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월동준비로 장터에 갔다가 큰 눈이 내린 바람에
절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스님은 이듬해 봄이 돼서야 눈이 녹아 돌아올 수 있었는데
혼자 굶어 죽었을 줄 알았던 동자가
대웅전에서 관세음보살을 외우며
목탁을 치고 있었다는 것
스님이 아이에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묻자
어머니(관음보살)가 매일 양식을 주었다고 했다
그때 갑자기 바람소리와 함께 나타난 백의선녀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경전을 주고
청조(靑鳥)가 되어 날아갔다
아이가 오 세에 득도하였다고 하여
암자를 오세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아련한 슬픔으로 기억되었던
오지의 오세암은
슬픔의 암자보다 많은 등산객들에 의해
편안하게 다가왔다
동자전 뒤로는 관음전 동자봉이
오세암을 파수꾼처럼 지키고 있었다
만경대 봉우리
만경대에 오르면 만 가지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라는 곳이다
그곳에 오르면 오세암 전체도 올곳이
산세에 들어앉아 있는 걸 볼 수 있었지만
얼마 전 추락 사고로 금지되었기에 우리는 지나왔다
조용한 산사에 맑고 청아하여
마음까지 정화되는 은은히 들리는 풍경소리
백담사에서 오세암까지 왕복 12km이다
천혜의 비경을 품은 3.5km
수렴동계곡으로 돌아올 때는 몽롱한 저녁빛에
그 순간만큼은 자연으로 돌아간 듯 취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평한 하루를
불편함이 없는 다리를 동력 삼아
설악산 깊숙이 다녀온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누군가 불러줄 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넘치지 않는 추억 창고에 기록으로 차곡차곡 넣어둔다.
<기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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