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1월 20일
대청호,향천사
주말이면 어디론가 떠나자고 했던 것이
지난 주말에는 백신 후유증으로 집에서 편안히 쉬고
이번엔 어디를 갈까 하다가 대청호와 예산에 있는 향천사를 잡았다
아침잠이 많은 짝꿍은 일찍 서두른다
주말이라 고속도로도 밀릴 것 같다며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 44분에 출발하여
대청호 오백리길로 목적지를 잡았다
차박도 추워서 어렵고 주말에 숙박 잡기도 쉬운 건 아니지만
1박 2일 생각하고 일단 떠났다
깜깜한 밤에 안개는 끼여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주말여행도 좋지만 안개 도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다시는 새벽에 나서지 말자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덧 7시 15분 대청호 도착이다
어둠은 사라지고 사위가 밝아질 시간대였다
데크길을 걷다 보니
안개 낀 아침 공기가 좋아 역시 올 때 고생은 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낀 여명이 보고 싶었지만 하늘도 잿빛
시야를 가려 온통 잿빛이다
대청호는 충북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 대전시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로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세 번째 큰 호수다
1980년 대청호 완공으로 86개 마을이 수몰됐고
2만 6천 명이 고향을 잃었지만
세월이 지나 수려한 풍경 덕분에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호수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물에 잠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담장 정자 장독대 등을 조성한 곳도 있었다
저수량이 적을 땐 걸어갈 수 있지만
만수일 때는 물에 떠있는 섬이라 하여 뜬섬
이국적인 풍경이다
계절 따라 찾아보고 싶어진다
예산 향천사를 가는 길에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을 들려 보았다
"전국 아름다운 10대 가로수 길"
50년이 넘는 아름드리나무로 이미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안개 끼던 해는 서서히 밝아지고 때는 때인지라
나들이객들만 북적였다
은행잎도 막바지로 노랑 잎을 떨구고
바닥엔 노오란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이른 시간이면 걸어보면서 사진도 담을만할 텐데
사람들이 많아 직선거리만 적당히 둘러보았다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한 가을
이 좋은 풍경은 왜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와
모두 돌아볼 수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곡교천에는 다음 계절을 위하여 파종이 한창이다
향천사로 달려갔다
충남에서 수덕사가 더 유명하여 덜 알려진 향천사는
단풍 명소에는 수덕사 대신 들어갔다
11월 중순 이후가 절정이라 하여 2년 전 다녀오고
두 번째 방문하게 되었다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의자왕 시대에
의각선사가 창건한 사찰
금까마귀 한쌍이 날아와
산아래에 향기 가득한 샘물을 알려주어
그 영험함으로 산 이름을 금오산이라 하고
절 이름을 향천사라고 지었단다
붉게 물든 단풍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살랑바람
그늘과 양지에서 나타나는 애기 단풍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바라만 보아도 힐링되는 향천사
예산 언니 댁 들릴 때마다 다녀 올 생각이다
스님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요즈음은 세월이 바람보다 앞서가는 느낌
그날이 그날 같지만 똑같은 날은 없다
한 바퀴 돌고 홍성에 궁리항으로 출발이다
그쪽에서 숙박을 하고 태안 쪽을 돌아보기로 했지만
주말에 묵을 방이 귀했다
예약하지 않은 상태에 모텔도 비싸고
전화번호 보고 찾아간 곳은
이부자리가 깔끔하지 않아 또 포기했다
내일 날씨도 흐리고 비 온다는 예보
비 올 때마다 아름다운 곳에서 숙박을 하고
창밖에 추적 추적 비 내리는 걸 좋아하는 감성이지만
비맞고 돌아다니는 것도 감흥이 안날것 같았다
천북면에 유명한 굴밥 사 먹고 올라가자 했다
주말이면 밀리는 서해대교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이라 안 밀릴 줄 알았다
당진부터 밀려 서해대교 진입하니 이미 캄캄한 밤
옆지기는 밀리는 거 싫어해 맨날 돌고 돌아다니는 편인데
나갈 수도 없었다
캄캄한 데다 안개까지 덮치니
안개에 휩싸여 차선이 보이질 않는다
계속 사이렌 소리는 울려댄다
비켜주려고 하면 안 오고 또다시 들려오고..
서해대교에서 안개 때문에 연쇄 충돌 사건이 나면서
안개가 많을 때
가로등 하나 건너 경고 사이렌이 울리게
설치해놓았다는 걸 알았다
그나마 다행으로 모두 비상등을 켜고
시속 10km 1시간을 정체하면서 2시간 걸릴 거리를
3시간 넘게 걸렸다
안전하게 온 것만 해도 죽다 살아 돌아온 것 같았다 ㅎ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베란다에 얼른 나가 보았다
지난해 봄에 소금에 절인 통멸치를 주문해
택배로 받아 베란다 그늘진 곳에 보관하다가
1년 반 만에 거르게 되었다
이유는 폭 곰삭으라고 해를 넘긴 것이다
큰 스텐 양푼에 작은 양푼을 엎어놓고 그 위에 바구니를 놓고
선물용 보자기를 깔아 곰삭은 멸치를 거르게 설치해 놓았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기다림이 있어야 했다
맑게 떨어지는 액젓은 시중의 파는 맛에 비교도 안될 만큼 맛이 있다
4일 정도 놔두면 거의 빠진 상태
삼다수 페트병 8병에 담아 두고두고 먹으면 최고
그다음 건더기는 물을 붓고 4병 정도 나오게 곰솥에 끓여
다시 거르면 된다
햇빛에 비추어 보면 정말 맑고 투명한 액젓
가격 대비 맛도 좋고 몇 년 먹을 량도 나와
정보 주신 그분의 덕으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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