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27~29 2박 3일 차박 여행기
부안마실길, 변산 도청리, 위도, 선도리,
어쩔 수 없이 집 떠나 떠돌아다니는 부랑자처럼
차 밀리는 복잡한 주말에 점심때 다되어 나섰다
그동안은 피서철 기간이라 차가 밀리고
이제는 벌초 시즌이 되면서 또 차량정체가 심각하다
5시간 걸려 부안 2 마실길에 도착이다
6월에 데이지 꽃 필 때 다녀오면서
상사화 필 때 다시 찾아보리라고 했는데
역시 사람들은 몰리는 곳에 몰렸다
8월의 마지막 주말에 여행객들과 사진사들이 찾는 마실길
흰색 상사화가 만개라는데 이미 70%는 지고
남은 30%가 여행객들에 인증삿이 되었다
붉노랑 상사화는 이제 피기 시작한다
두 가지를 한 번에 보기는 어렵고
힌상사화는 너무 늦었고
붉노랑은 너무 이르고
아쉬움을 남긴채 1시간 정도 머물고 나왔다
이번엔 변산면 도청리에 차박지를 자리 잡고
여유 있게 저녁시간을 보냈다
스카프 같은 구름
하루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붉은 노을
가장 아름다운 이순간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바로 옆에 40대 후반 된 처자를 만나 금세 친해져
맥주를 주거니 권커니 하면서
저녁시간을 노을만큼 아름답게 보내는 옆지기
장소를 잘 잡아 잠시나마 솔로도 만나 행복해했다
아침 6시에 조반을 누룽지로 이름 짓고
바로 근처인 격포항으로 달렸다
상사화 축제기간이라는 정보만 듣고 7시 55 분배로 들어가면서
나올 때는 1시 25 분배 왕복으로 10800원에 끊었다
이곳 전북도에서 섬 방문자들은
여객선 운임이 50% 지원하기에 섬 여행할만하다
출항하여 1시간 걸려 위도라는 항에 도착했다
고슴도치 닮았다 하여 고슴도치 위(蝟) 자를 쓰고
마을 명칭 역시 고슴도치 신체부위에 해당되는 이름을 붙였다
몇 년 전에 섬에 갔을 때 도착해서 안내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길래
트레킹 할 수 있는 곳까지 택시를 불러 탔던 적이 있었다
이곳도 걸어 다닐 수는 없기에 순회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관광지에 나온 상사화 군락지를 보여주며
이곳에서 내려주라고 부탁하면서 탑승했다
겨우 뒤쪽 자리 잡았지만 서서 가는 사람들 중앙에 가득 찼다
출퇴근 버스 탄 것처럼 만원인 버스
차창에 보이는 상사화는
부안 마실길처럼
이미 시기가 지난것 같았다
내려줄지 알았는데 구수한 입담으로
위도 마을의 유래와 족보까지 들려주는 기사분
차 안에 사람들이 많아 뒤쪽에서 내려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마주 보는 악어바위 가족이라고 하여 차 안에서 겨우 담았다
섬을 한 바퀴 거의 돌 때쯤
어느 단체분들이 내리신다기에
우리도 두당 2천 원을 내고 따라 내렸다
1시간 30분 후에 버스는 순환된다는
기사분한테 확인도 하고
바닷길이 열리는 치도 노둣길 따라 무인도로 들어갔다
어느 분은 바지락 많이 캐셨고
고동도 바위에 붙은걸 따고 있었다
왜 안 하냐고 한다
썰물에 속살을 드러낸 바위에는 갯고동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현지 어민들 생활권이라 채취하는 건 생각지도 않았었다
양파자루 주면서 하라고 하길래
큰 거만 잡은 게 거의 3킬로 정도 잡았다
시간 맞추어 뭍으로 나오니 버스는 캄캄 무소식
안내지에 나온 핸드폰
통화 중에
손님이 많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얼마나 기다리냐고 하니까 30분 걸린단다
지금 기다린 것도 25분인데.. 교통편이 참 갑갑하다
차를 입도시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위도에서만 운영하는 행복 콜택시를 불렀다
버스비보다 싼 콜택시비 부안군청에서 지원해주기에 가능했다
5분 후에 택시가 도착해 사정 이야기를 하며
상사화 축제장에 사진 몇 커트라도 찍고 가면 안 되느냐
흔쾌히 그러라고..
택시가 유턴하는 중에 이미 상사화는
70%이상이 고개를 떨구었다 대여섯 컷 찍었지만
축제장이라고만 알고 간 것이 잘못이었다
삶은 계란, 과일, 찰 영양밥으로
12시 20분에 점심을 들고
1시 25분 격포항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 시간 맞추어 그냥 간다는 게 허무하였다
파장금 선착장 간이시설에 계시는 해설사분한테
상사화 보러 왔다가 그냥 가게 생겼다
현재의 교통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했더니
시간은 많지 않지만 본인 차로 안내해주시며
다시 상사화 축제장으로 가면서 볼 것이 많은 위도이며
지질학적으로 제주도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하신다
마주 보는 악어 바위
요충지인 300년 된 보호수 배롱나무가 있는
내원암도 안내해주셨다
보통 느티나무, 팽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지만
암자에 가까운 유일한 절집에
오래된 목백일홍은 꽃 필시 기는 지났지만
우람하여 300년 거목임은 틀림없었다
340년 된 전북 유형문화재 조선 숙종 때
(1682년) 제101호 관아
본래의 모습은 아니고
도서지방에 있던 관아 건물 가운데 유일하며
지금은 공무를 보던 동헌만 남은 곳을 안내해주셨다
버스를 탔어도 보지 못할 곳
위도의 20km 둘레길은
개인차를 가지고 와야 이곳저곳 관광할 수 있는 위도
트레킹을 한다 해도 하루 숙박하고
구석구석 돌아봐야 할 듯하다
상사화 축제라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과 차량에 배는 만선이었다
축제기간에는 피했는데 주중에는 손주 돌봄이고
주말에만 다니다 보니 우연히 겹쳐서 실망했지만
늦게 해설사님 만나 다행이었다
위도의 전설로 불리는 3대 파시의 거점이었던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3대 조기파시가 형성될 때는
현주민 4천 명이지만 1만여 명이 북적였던 곳이란다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어선 천 여척이 모여들었다는 위도에
자생하는 세계 유일한 힌상사화를 축제를 열 만큼 번식시켜
또다시 북적거리게 만들었다
현지인들은 몸부리 대라고 부르며 꽃대를 꺾어
바닷물에 한 시간 담가놓았다가 껍질을 벗겨
고구마 줄기 같은 맛으로 나물을 해 먹었단다
격포항으로 귀환하면서
서울로 올라가야지만 주말이어서 차는 너무 밀린다
중간 기착지인 서천으로 향했다
위도에서 잡은 갯고동을 코펠에 삶아
고동 껍데기는 바다에 버리고 가야 했다
식당 가서 이쑤시개를 얻어 뺄까 했는데
바로 옆에 캠핑하는 가족을 만나
바구니, 함지박 얻어 쓰고 옷핀까지 주시면서
하룻밤을 오래된 이웃처럼 지냈다
70대 초반인 그분은 완벽하게 태양열까지 설치하고
냉장고 전자렌즈 아쉬움 없는 완벽한 집 한 채가 된 캠핑카였다
5년 전부터 전국을 누비며 다니시는 분
식당을 하시다가 그만두고
이제는 자아를 찾아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데
아들딸이 손주 봐달라고 하기에 힘들게 거절하고
돈은 줄 수 있어도 못 봐준다고 하셨단다
인생을 잘 사신다고 엄지 척을 해드렸더니
말 못 하는 부분도 있다고..
유쾌한 가정에도 걱정과 분노
부유 속에 텅 빈 마음도 있을 것이다
행복해 보이는 가정도 우여곡절이 있고
살아가며 정답은 없다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 각자 애쓰고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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