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1월 6일~9일 3박 4일 여행기
순창 메타세케이어길,강천사,요강바위,용담호,구암사
종*님이 순창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여행 갈 것을 비치길래 출사팀에 상의했다
갑자기 정하다 보니 선약들이 있어서 세명이 단출하게 나섰다
단풍 드는 가을에 바람도 쐴 겸
느긋하게 10시에 만나 출발하였다
순창 숙소에 들어가기 전
마을에 감나무가 눈에 띄어 들어가 보았다
빈집의 감나무는 오랜 세월로 따지도 못할 만큼 작게 열려
다행으로 아름다운 까치밥이 되었다
담 밑에는 시래기를 삶아내느라
불을 지피며 손을 쬐는 마을 어르신
허락하에 담아 보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지붕에 호박이 남아 있고
스쳐가는 바람과
세월의 흔적으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흙돌담
전형적이 시골집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아직도 초가을처럼
푸르름이 많은 메타세쿼이어길
지나는 차가 모델이 되어준다
이른 아침 둘러보는 마을앞
일렬종대 한 메타세는
안쪽보다 빛 받은 바깥쪽이 훨씬 가을이 깊어 보였다
한쪽엔 시래기을 삶고
마을 어귀엔 시래기가 널려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다음날
20분 거리에 있는 강천사로 향했다
가을에 애기 단풍이 곱기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날씨 따라 변수가 있었기에 기대는 안 했다
전날 숙소 가는 길이기에 살짝 들려 봤더니
휴일인 일요일 주차장이 만차이다
주차 요원이 지난주에는 3만 명 다녀 갔다는 귀띔이다
월요일 오전
산행은 못하고 넓은 계곡길 따라 산책하며 올라갔다
황홀하다 못해 고운 단풍에 취한 채
앞으로 전진이 안될 정도로 왼쪽을 보아도
오른쪽을 보아도 단풍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계곡물 따라 구색을 갖춘 기암괴석들
폭포가 되고 소가 생기면서 흥건한 단풍들이
긴 여행에 갇혀진 채 휴식을 취하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다
병풍바위도 있고
단풍터널도 있다
계곡물에 비치는 메타세쿼이아는
붉은색과 무채색이 대비되어 외국 못지않게 아름다움이다
최고의 스폿이었다
자연석이 많아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강천산 계곡
어느 한 곳 소홀함 없이 이 시간만큼은 최고였다
강천사 경내를 돌아보는 호기심 많은 꼬마
작은 곳을 보는 것 같아도 세상은 볼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차츰 알겠지
조금 더 위쪽으로 가면
대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단풍과 어우러진 곳도 좋았다
계절 따라 다르겠지만 적기에 잘 찾아간 이곳은 한 폭의 그림
너무나 아름다운 단풍을 만나 이가을 오래도록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아쉬움 없이 보내도 될 정도로 충분하였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구장군바위가 있는 폭포를 거쳐
다시 똑같이 넓은 계곡길 따라
내려오는 산책코스
굳이 산행을 안 하더라고 충분히 힐링할 수 있고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구장군 폭포 맞은편에
설악산 금강굴처럼 비슷해 보이는 수좌 굴이 있었다
한 가지 소원은 이루진 다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가보지는 않았다
주로 애기 단풍과 오색 찬란한 색으로 이루어진 경관만 보아도
몸도 마음도 쉼 하는 것 같은 계곡
순창 특산품인 고추장을 뿌린 듯 붉었다
고창 선운사의 말사로 고즈넉한 구암사
조선시대 불교계의 서울대학이라 할 만큼
선 논쟁을 주도한 스님들이 많았던 곳이기에
문인들도 스님께 배우고 익히고자 찾았던 곳
이곳도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전북도의 기념물인 600살이 훌쩍 넘은 은행나무
은행잎은 벌써 떨어져 흔적만 약간 남았다
구암사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들녘에 감나무가 주렁주렁이다
음력 시월 보름달이 뜰 때까지 이리저리 담아 보았다
어두워지면서 감도( iso)를 올리니 많이 거칠어진다
다음날
섬진강 줄기 따라 이동하면서 보이는 풍경들
마지막 고추 작업에 감나무와 담아보았다
국도 변 아래 섬진강이 흐르는
자연적인 풍경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
장구목이라 불리는 요강바위 찾아가는 길
용궐산 하늘길이 보이나 올라가진 않고
요강바위는 가운데가 요강처럼 움푹 파여서
한국전쟁 때 마을 주민이 몸을 숨겨 화를 면했다는 일화도 있고
요강바위에 앉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도 있었지만
너무 커서 들어갈 수는 있어도 걸쳐 앉을 수가 없었다
마을의 수호신 같은 바위라고 해서 한때는 도둑맞았다가
마을 사람들의 간절함으로 다시 찾은 바위다
섬진강 줄기 따라 깊이 들어가 보니
하우스에 곶감 말리는 모습이 들어온다
주변엔 아직도 따지 못한 감나무들이 지천이고
곶감을 맛보라고 주시는데 달달한 맛이 좋았다
한 접씩 사면서 대화가 되어
집까지 들어가 준비해 간 점심 도시락을 먹고 나오기도 했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 > 촬영지인 안담울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행정상 <구담마을>로 불리운다
언덕에 올라
당산나무에서 바라본 섬진강
산과 강물이 어우러 휘돌아 친 섬진강 줄기의 모습은
촬영지답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연인과 손잡고
섬진강을 바라보면서 오솔길을 걷는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곳이다
김용택 시인의 문학관이 있는 곳까지
섬진강 따라 드라이브했다
느티나무가 마을을 상징하고 억새가 만발한 섬진강변은
시간이 된다면 돌아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이어 용담호를 한 바퀴 드라이브했다
주천 생태공원이 용담호에 있을 거란 추측만 하고
돌아보다 시간만 낭비하고
처마 밑에 말려놓은 곶감에 빠지면서 이리저리 담아보았다
숙소가 순창이기에 그 주변 돌아보려다
귀경하면서 볼 수 있기에 들렸던 용담호
호숫길은 감나무가 가로수로 되었는 곳도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 바라보는 담수호
드러난 모래톱이 가을 가뭄이었음을 말해준다
마당가에 호수를 끼고 인생 후반을 보내시는 70대 어머니
곶감 말리며 연시가 된 대봉감을 하나씩 주시면서
먹어보라는 인심 좋은 분을 만나
순간순간 배를 채우는 여행이었다
이번 가을 날씨는 11월인데도 더웠다
따스하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렇지만 겨울은 다른 해보다 춥다는 예보
추운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벌써부터 움츠려 든다
단조로운 일상을 탈피해야 느슨한 마음도 추슬러지고
평소의 익숙함에 세상 밖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곳에 따라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그곳에 가봐야 안다
얼떨결에 갑자기 떠난 3박 4일
세상 밖을 깨어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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